대전 은행동/대흥동 오래 된 맛집이예요. 소나무집을 가다
동생과 은행동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답니다.
불금인만큼 가는 길이 조금 막히긴 했지만, 이제 결혼을 해서 자주 못 보는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을 보러가는 길이 기분좋기 그지 없어요.
결혼하기 전엔 매일같이 자고 수다 떨어서, 항상 곁에 같이 있을 줄만 알았는데 순간이네요.
막히는 길에서 저녁을 무얼로 먹을까 기분좋은 고민을 카톡을 나누다가 결정한 곳은 소나무집이었어요.
요즘 sns마케팅이 너무 치열해져, 실제로 맛집이 아닌 곳도 sns에서의 무분별한 마케팅으로
가끔 속은 적이 있어서요. 30살 이후로 은행동을 자주 가지 못하는 저는, 인터넷만을 검색해서 믿고 들어가기엔
왠지 실망을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답니다. 물론 검색하고 찾아가는 그 재미도 있지만요.
오늘만큼은,, ^^ 더군다나 은행동엔 저렴하면서도 은근 중독서이 있어서 땡기는 맛집들이 있죠.
저는 매운 두부두루치기집인 광천식당 과 고소하고 매콤한 두부탕의 한밭칼국수, 그리고 여기 오징어칼국수 하나로 승부보는 소나무집..
이렇게 3군데 알고 있거든요. 동생은 여기만 못가봤다고 하길래, 이쪽으로 가기로 결정했어요.
가늘 길 사진이예요. 위에는 소나무집 거의 다와서 이미 지나온 길을 찍은 거고요.
여기는 소나무집 바로 근방에서 찰칵했어요.
은행동 소나무집이라고 하지만, 대흥동에 더 가까워요.
지도에도 대흥동이라고 나오긴하네요.
약간 외진 곳이었는데, 오늘 가보니 이미 그 근방까지 상권이 뻗쳐서(아직 소나무집까진 닿을락 말락)
제법 화려해졌더라고요.
짜잔,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반겨주는 소나무와 같은
소나무집 간판입니다요.
투명 유리문에도 흰색 명조체? 소나무집도 아주 인상깊어요.
여기 얼마나 오래 되었을까요?
저희 엄마는 서울에서 내려와서 대전에서 대학을 다녔다고 하셨는데,
그 때는 둔산이고 뭐고 허허 벌판이고, 여기 은행동이 그나마 상권이 발달해서
대학생 때도 여기까지 와서 놀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때도 광천식당이 있었고, 큰외삼촌이 내려와서 대전에서 식당 추천해달라고 해서
광천식당 추천해줬다고 했던 이야기도 들었어요.
소나무집 이야기하다가 광천식당으로 새버린.. 광천식당도 또 가고 싶네요.
무튼 이 소나무집도 엄마아빠 대학생도 있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네요.
짜잔 소나무집에서만 볼 수 있는 엄청 폭 익은 무김치입니다.
이거 어떻게 만드는 건가요 .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소나무집은요 처음엔 저도 무김치가 너무 익어서 시다고 생각했는데,
한 번 먹어보면요. 계속 왠지 땡기는 그런 감칠맛이 나요..
그런데 이건 무김치를 담궈서 물로 한 번 헹궈서 나오는건지 뭔지 모르겠지만요.
기다리면서 우측 빈자리를 찍어보았어요. 이런분위기예요.
엄청 오래되고 낡은 빈티지스러운 이아닌,
빈티지 그 자체요. 이런 느낌 느끼고 싶으시면 소나무집에서 저녁 한 끼 드세요.
가격은 저렴해요.
메뉴판도 정말 빈티지 그 자체네요
그리고 이 오징어찌개 하나입니다.
주문 따로 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요. 가서 그냥 오징어찌개 주문하시면 되요.
저희는 배고파서 면도 2인, 밥도 2인 시키고, 두부부침까지 시켰답니다.
드디어 오징어찌개님의 등장.
맛있게 생겼죠? 맛있어요. 국물에도 그 아까 처음 나온 소나무집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무김치가 들어갑니다. 폭삭 익은 신 무가 이 국물의 감칠맛을 내는 핵심적인 요소인 것 같아요.
뭔가 재료는 사실 별거 없거든요 (맛집이 다 그렇듯이)
상태 괜찮아보이는 오징어, 파, 그리고 아까 그 시그니쳐 무.. 이게 다입니다.
하지만 국물을 떠먹다보면 자꾸 수저가 가게 되는 그런 맛이예요.
여기서 , 하나 .
처음부터 국자가 나오지 않습니다.
저렇게 국물을 주셔놓고 국자를 안주세요.
그 이유는 마지막에.. 국자를 달라고 해도 안주세요.
그래서 아 맛집의 자존심이구나. 국자따위 없어도 장사만 잘되는 이 맛집의 자존심이란..
이라고 섣불리 생각했지요.
배고파서 국자는 금방잊고 오징어를 건져먹고, 두부를 집어먹다 보면
면사리를 익혀서 가져다 주세요. 와앙 저 면사리가 넘나 맛있어요.
두부는 바로 부쳐나와서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입니다.
하지만 저는 두부부침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집에서도 많이 먹어서,
두부부침은 특별한 맛은 아니었습니다.
맛있어요. 두부부침도. ^^
자 여기 국자 이제 나왔죠 ?
사장님이 아까전엔 국자 안준다고 쿨하게 말하더니 이제서야 밥 볶을 때
국자를 가져오시며 설명을 해주십니다.
처음 부터 국자를 주면 국물을 다 떠다 먹어서 자꾸 국물이 모자라서
나중에 추가로 물을 넣게 되면 국물이 맛이 없게 되서 볶음밥도 맛이 없어서
그렇다고 하세요. 그리고 위처럼 국처럼 말아드시면 안되고, 볶아 드셔야해요.
저희는 후에 더 볶아서 먹었거든요. 육수가 쫄아서 그 맛이 일품이예요.
여분의 육수를 조금 덜어내고, 나머지 육수와 참기름이 추가 된 듯한 밥과 슉슉 볶아요.
볶아볶아.. 그리고 먹어요.
소나무집의 위엄을 느낄 수 있는, 한 장의 사진입니다.
동생과 둘이서 오징어 찌개 2인, 면사리 2인, 밥까지 2인분을 다 소화하고, 두부부침까지 다 클리어 하였답니다.
동생은 사실 제가 가자고 했을 때 기대를 별로 안했나봐요. 그런데 소나무집 기대이상이었다고 말했어요.
다음에 소나무집 또 가자고 했어요.
사장님은 언제나 그 자리에 계신 것 같아요. 저녁엔 할머니와 사장님? 두 분이서 하고, 점심엔
진짜 너무 바쁜데 고모?분과 같이 하신다고 했어요.
무튼 오래오래 그 자리에서 장사하셨음 좋겠네요.
이상 은행동/대흥동의 맛집 소나무집 이었습니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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