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요즘 블로그해”
이제껏 블로그란 단어의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한 채 쉽게 내뱉어 왔다. 문득 블로그의 뜻이 궁금해졌다.
[블로그 Blog] ?
웹(web)에서 따온 알파벳 ‘b’와 ‘항해일지 또는 여행 일기’를 뜻하는 영어 단어 ‘로그(log)’의 합성어로 웹상에 기록하는 일지 정도로 정의 되는 블로그가 요즘 내 관심사이다.
web 상의 환경은 정말 빠르게 변화해왔다.
내가 고등학생인 15년 전에는 개인 홈페이지(이른바 미니홈피)를 만들어 지인과의 긴밀한 교류를 주 목적으로 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싸이월드’가 그야말로 대세였다. 그 때만해도 싸이월드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도 싸이월드는 10년도 더 전인 2000년 초반에는 꽤나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던 것 같다. 인터넷상에 개인홈페이지를 갖고 싶지만 따로 도메인을 구입 하고 홈페이지를 구축하는 일은 일반인에겐 꽤나 어려운 일이었는데 그러한 일반 사람들의 니즈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싸이월드 였다. 싸이월드에 간단한 회원가입으로 자기만의 미니홈피를 만들어 쓸 수 있었다. 스킨이나 BGM도 약간 액의 구입으로 자신만의 스타일로 꾸밀 수 있었다. 일촌이라는 친구맺기를 통해 친한 사람과는 더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간단한 홈페이지의 기능(자기 홍보)과 소셜네트워크 두 가지가 가능한 멀티구조였던 것이다.
요즘 주로 유행하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들은 소셜 네트워크 기능에 주로 집중되어 있고 그것과 비교했을 때에는 싸이월드가 개방성이 적은 구조였지만,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매력이 있었다. 나조차도 페이스북이나 네이버 블로그가 싸이월드를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정든 싸이월드를 떠나갈 때, 거의 마지막까지 싸이월드에 남아 있었다. 왜냐하면 싸이월드의 폐쇄성이 페이스북의 개방성보다 그 당시의 나에게는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싸이월드의 몇 가지 추억에 대해 회상해본다.
싸이월드는 소액결제로 도토리라는 가상의 화폐를 구입하여 자신의 미니홈피에 BGM을 등록할 수 있었다. 클릭해서 미니홈피에 들어가자마자 흘러나오는 노래는 곧 그 사람의 이미지가 되었다. 내가 대학초년생인 시절에도 역시 싸이월드가 유행했는데, 동아리의 한 남자후배가 1 기수 선배인 연상의 여학생을 좋아했었고, 1년 후 그 후배는 마음을 굳게 먹고 대학 축제 공연 때 고백을 하였다. 벚꽃이 흐드러지는 봄밤 화려한 축제 무대의 조명 아래 시작 된 그 고백의 서두는 잔잔한 노래로 시작되었다. (직접 부르진 않고 오디오로 틀어주었다.) 나는 그 노래의 이름이 지금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아직도 그 남자후배는 그 노래를 기억할까? ) 여 가수가 부르는 잔잔한 느낌의 노래였는데 특별하거나 유명한 노래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 후배의 첫 고백멘트는 그 노래의 특별함으로 시작되었다. 1년 간 이 노래를 자신은 수백 번도 더 들었다고 한다. 그 누나의 미니홈피에 들어갈 때마다 나왔던 그 노래가 길거리에서 우연찮게 들렸을 때 자신도 모르게 콩닥콩닥 뛰는 가슴에 누나를 좋아하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진심을 담아 시작한 스무 살의 순수한 한 남학생의 진심어린 고백은 아슬아슬하게 끝이 났고, 받아주라는 수 백 명의 젊은 학생들의 힘찬 야유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 남자후배는 누나인 그 여학생이 겨우 무릎을 일으켜 억지로 무대를 내려오게 되었다. 이 고백은 결국 새드 엔딩이었지만, 그 당시 싸이월드는 젊은 청춘남녀들의 사랑의 오작교 역할을 종종 하였다.
또 다르게 생각해보면 싸이월드는 사랑의 오작교 보다는 가슴앓이를 하는 짝사랑남녀들의 밤의 친구역할을 더 많이 했을 것 같다. 짝사랑하는 대상을 보고 싶다고 볼 수 없지만 싸이월드는 그것을 가능케 했다. 그것도 24시간 언제든 그 사람이 보고 싶다면, 미니홈피에만 가면 된다. 가서 그 사람이 등록한 노래를 들으며 그 사람의 사진과 생각을 담은 글을 읽고, 또 누구와 친한지 염탐까지 할 수 있었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응큼하기도 하고 변태적인 것 같지만 그래도 불법도 아니고 당사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공개한 사진과 글을 읽는 것은 하등 문제가 되지 않으니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 따라서 대학 신입생 시절엔 미니홈피의 조회 수가 그 사람의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어 서로 방문해주고 일촌평을 등록해주는 유치한 일도 종종 있었다. 또 누가 내 미니홈피를 들어오는지를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유료 결제를 하면 내 미니홈피의 방문자를 알게 해주는 프로그램도 생겨나고 했었다. 재밌으면서도 싸이월드이기에 가능했던 특별한 추억들이다.
그러다가 어느덧 파란 아이콘의 페이스북이 등장하였다. 페이스북을 처음 접했을 때는 칸막이도 없는 완전 공개 된 넓은 운동장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소리치는 느낌이었다. 낯설었다. 작성 된 글과 사진들이 여기저기 공개 되어지는 게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또한 잘 모르는 사람의 일상과 사진을 뉴 피드로 끊임없이 보게 되었다. 친구를 맺는 것도 지인의 지인까지 자동으로 떠서 관리를 특별히 하지 않는다면 쥐도 새도 모르게, 실제로 만나면 인사도 하지 않고 지나칠 만큼 친하지 않은 수백 명의 사람과 페이스북에서는 다들 친구가 되어있었다. 그에 비해 많지 않은 방문자를 거느린 조용하고도 손 때가 묻은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는 안락한 내 집에서 친한 사람들만 초대해 나만의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안정적인 느낌이 들었다. 일촌을 맺은 친한 사람들만이 내 싸이월드 미니홈피의 주 방문자들이고, 그들만이 나의 사진을 보고 나의 일상을 읽고 교감하며 나눈다.
결국은 페이스북은 한낱 신기루와도 같은 폭발적인 확장성으로 인해 단숨에 전 세계를 장악하게 되었다. 그래서 내 싸이월드도 나중에는 한 자리수의 조회 수를 근근히 기록해나가며 더 이상 소통의 기능을 불가하게 되었을 때 나도 정든 싸이월드를 떠나고야 말았다. 페이스북에 바로 가입했지만 한동안 SNS에 흥미를 잃었다. 짧은 글과 개방적 구조로 이루어진 페이스북은 나랑 잘 맞지 않았던 것 같다. 그것마저 귀찮은 사람들을 위해 단 하나(지금은 여러 사진을 올리는 기능도 추가 되었지만)의 사진과 짧은 글, 그리고 태그라(#을 붙이면 태그가 된다.)는 무기를 들고 나와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인스타그램 역시 나랑 잘 맞지 않았다. 나는 단발적이고 감각적이고 확장성이 큰 SNS는 잘 맞지 않았다.
그러다 20대 후반 일상의 여유가 생겼을 때, 나는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했다. 블로그를 하고 싶었고, 우리나라 최대 검색사이트인 네이버 블로그가 가장 대중적이라 네이버 블로그로 시작하게 되었다. 시작해보니 블로그란 것은 페이스북은 말할 것도 없고, 싸이월드보다 더 공을 들여야 가능한 곳이었다. 블로그는 어원에 ‘log’라는 일지의 뜻을 갖고 있는 것 답게 한 개의 포스팅을 할 때 꽤나 많은 정성이 요구 되었다. 물론 사진은 올리지 않아도 되지만, 평균적으로 2-3장 이상의 사진과 1000자 이상의 글로 이루어진 포스팅이 주였다. 한 때는 관심 있는 요리를 하면서 요리 과정을 사진과 글로 올리는 것이 재미있어 포스팅도 꾸준히 하고, 한번은 메인에 떠서 하루에 몇 천명이 몰리는 신기한 경험도 하였지만, 특정 분야에 관심이 없는 한 하루에 1000자 이상 씩 포스팅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포스팅 하기 전에 주제를 잡고 어떤 내용을 쓸지 정도는 가닥을 잡아놓고 작성해야하기 때문에 글을 쓸라치면 괜시리 밀려오는 부담감도 꾸준히 하지 못하게 만드는데 한 몫을 하였다. 그렇게 또 블로그는 나에게 멀어졌다.
그러다 결혼 후 2년여가 지난 지금 시점 다시 인생에 여유가 찾아오자 나는 또 블로그에 기웃대기 하였다. 취미거리를 찾다가 아무래도 블로그가 내가 좋아하는 활동이라고 확신하게 되어(블로그는 일단 페이스북이나 인스타보다 깊이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내 성향에 더 맞았다.) 이번에는 꾸준히 할 요량으로 애초에 나의 블로그의 보금자리를 정하는 것부터 공을 들였다. 어느 블로그 사이트에 둥지를 틀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다가 네이버가 아닌 티스토리 블로그로 다시 시작해보기로 결심을 하게 되었다. 장단점이 있지만 조금 비교를 해보자면 이렇다. 네이버블로그는 국내최강의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에서 만든 것이고, 따라서 블로그 이용자도 많아 이웃 관리나 커뮤니티 활동에 유리하고, 꾸준하고 독창성 있는 글만 쓰면 쉽게 방문자를 불러 모을 수 있다. 아무래도 일반 사람들이 무언가를 검색할 때 네이버를 많이 쓰고 네이버에서는 네이버 블로그의 글들을 상위 노출 시켜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네이버에 종속되어 있다는 가장 큰 단점이 있다. 그에 비해 티스토리 블로그는 다음에서 운영하는 서비스인데 티스토리는 포털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인 주소를 가지고 있는 독립형 블로그이다. 그래서 구글 애드센스와 같은 광고도 마음대로 달 수도 있고, 프로그래밍 지식이 조금 있다면 직점 HTML/CSS 카테고리로 들어가 수정하여 자신이 원하는 스킨 및 글꼴 배치 등을 자유자재로 만들어 볼 수 있다. 하지만 단점은 네이버 검색순위에서 네이버 블로거와 같은 글을 써도 후 순위로 처리되어지고 때문에 티스토리 블로그가 더 키우기 힘든 면이 있다. 따라서 애초에 블로그의 운영목적에 따라 어디에 둥지를 틀 것인지 정하면 되는데 커뮤니티나 리뷰 상호교류를 원한다면 네이버 블로그를 하면 되고, 자신만의 독특한 블로그를 전문적으로 키울 것이면 티스토리를 하는 것이 더 낫다. 나는 앞으로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블로깅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티스토리로 정하게 되었다.
실제로 내가 티스토리 블로그를 개설한 일자를 보니 이번 년도 2월 초이다. 근무시간 중 여유 시간에 네이버 블로그에 포스팅 했던 글을 옮겨오는 작업을 시작으로 내 티스토리 블로그는 조용히 시작되었다. 지금은 두 달이 거의 다 되어간다. 최근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몇 주동안 포스팅을 하지 못했지만 다시 꾸준히 할 예정이다. 블로깅 하면서 내 스스로 공부하는 것도 많기 때문이다. 또 내가 작성한 생활정보 팁을 통해 도움 받는 사람이 감사하다고 첫 댓글이 달렸을 때 그 기분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예전에는 SNS로 맺게 되는 인연들은 실제 생활을 통해서 맺게 되는 인연보다 얕고 일회적일 것이란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이렇게 적지만 인연을 맺게 되니 SNS로 맺는 인연들은 애초에 관심사도 일치하기 때문에 성향이 비슷해 알게 된지는 얼마 안 되었어도 더 깊이 발전하는 경우도 있어 그러한 편견들도 사라진 것 같다. 또 내가 지금은 특정분야에 전문지식이 없지만 앞으로 나도 꾸준히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공부하려고 하기 때문에 블로그가 도움이 될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도 되고 무엇보다 쉽게 나태해지는 내 자신을 부여잡아 내가 세운 목표지점까지 무사히 닿게 끔 해주는 돛단배의 역할을 내 블로그가 해주게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정말 블로그의 어원처럼 앞으로 내 블로그는 내 인생의 항해일지를 쓰듯이 꾸준히 포스팅 하고 나와 같이 성장하는 블로그로 만들고 싶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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